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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국악대학전 – 꽃길에 앉아서

2018/3/7
사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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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 판소리, 산조는 전통음악의 고갱이입니다.

아주 오랜 시간, 수많은 예인의 숨과 땀, 혼과 손이 만들어낸 음악입니다.

지금도 그 가치를 이어 받아 전통이라 호명하고 있으며, 인류가 가꿔야할 세계의 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가곡과 판소리 그리고 산조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새삼스럽게 느껴지거나 진부해 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소한 이 글을 읽고 계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분명 그럴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너무나 당연하고 질문이 진부하게 느껴지는 만큼, 딱 그만큼 우리는 그 질문에 답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연행자에게는 너무 친숙해서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고 관객이라고 할 수 있는 많은 일반 청중에게는 너무 낯설어 알 수가 없습니다. 그 결과는 서로의 가슴에 ‘공명’할 수 없음입니다. 음악의 핵심이자 유일한 방법이 공명인데, 공명되지 못함이 현실이니 그 음악을 하는 사람들의 현실이 어떻겠습니까? 이 현실이 국악대학전을 준비하는 ‘우리’의 이유이자 주제입니다.

 

대학생은 젊습니다. 싱싱하고 건강하고 푸르름으로 상징됩니다. 그래서 일까요?

그 젊음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미래와 연관 짓고, 새로움 혹은 창조를 생각합니다. 다른 어떤 분야보다 강력하게 국악이라는 영역에서는 젊은 사람들에게 새로움에 대한 욕구와 강요가 강하게 ‘요구’ 됩니다. 아직도 국악을 다루는 기사의 첫 머리는 ‘지루한 국악은 가라’ ‘국악이 느리고 재미없다는 대중들의 인식을 바꾸고 싶어요’ 가 주류입니다. 국악인들이 스스로 쏟아 내는 지원서와 자신의 음악을 설명하는 말의 시작 역시 언론의 낚시질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국악인 스스로 그리고 국악을 둘러싼 세상에서 국악에 요구하는 것은 변화입니다. 재미없으니 재밌어져라. 고루하니 새로워져라. 요구합니다. 그 요구가 내 것인지 남의 것인지 구분할 수 없습니다.  젊은 피에겐 이러한 요구는 마치 자신의 욕망 인 냥 착각되기 쉽상입니다. 그래서 젊은 국악인에게 새로움은 욕망과 의무 오가는 짐 인 냥 무겁게 어깨 위에 올라져 있습니다.

 
국악에는 이러한 어려운 길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것은 세계적인 것이고, 전통의 가치는 존중받아야 한다는 부여된 사회적 가치가 있습니다. 이것이 소위 이 ‘시대에 호명된 가치’로서 전통이라는 언명입니다. 잘 닦여진 보물로 다루어집니다. 그런데 이러한 찬사의 꽃길은 선생님으로 대표되는 기성세대가 독점하고 있습니다. 그 꽃길에 더 들어가 앉아 볼 자리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 꽃길이 천년만년 계속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곧 저무는 자리가 아닐까 생각도 됩니다. 국악은 이러한 모순을 안고 있고 한쪽의 자리는 이미 만석입니다. 반대의 빈자리는 사실 전쟁입니다. 그래서 예술의 가치를 탐하고 진리를 연구하고 논하며 자신을 농익혀야할 공간인 대학은 스펙의 시장이 되었고 기술을 훈련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예술인은 스스로가 상품입니다. 그런데 그 상품은 보이는 때깔에 비해 헛 익어 맛이 없습니다. 싸구려로, 떨이로 여기저기 떠다니다 폐기됩니다. 그럴 때 종종 리콜이라는 상업적 손길이 유혹합니다. 아닌 줄 알면서도 석사니 박사니 하는 희망을 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먹이가 되고 먹는 자가 됩니다.

 

국악대학전은 음악이 ‘전통’이라 불릴 수 있는 가치를 탐하는 자리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가곡은 선비의 음악이어서, 느린 음악이어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판소리와 산조라는 장르에서 류파의 보존과 전승은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고 있는 요즘 해야 할 이야기는 아닙니다. 풍류의 뜻과 가치를 탐구하고, 소통하며 공명하는 것이 음악의 이유임을 알고 실천해 보아야합니다. 그래서 조금은 낯선 이야기, 조금은 불편한 방법으로 접근해 보기도 했습니다. 원하지 않는 방법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익숙하고 편안함으로 꼬시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가야금 연주자, 소리꾼, 가곡하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한정 짓는 것이 아니라 음악인이라는 깊은 자리로 자신의 경계를 넓힐 수 있기를 희망하며 준비했습니다. 우리가 우리음악의 가치를 제대로 알 수 있을 때, 그 경험이 기술자가 아닌 예술가 혹은 음악인으로 펼쳐질 수 있을 때 우리는 대중과 소통할 수 있고 대중의 심금과 공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맞은편에 놓인 길, 꽃길인 저 길은 앉은 사람의 길이 아니라 가치를 알고 걷는 사람의 길입니다. 분명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길은 열려 너의 길이거나 나의 길이 아니라 우리의 길이 될 것입니다.

 

그 길에 참 많은 선생님께서 뜨거운 마음으로 동참해 주셨습니다. 다양한 각도에서 가곡 뜻과 앙상블을 지도해 주신 윤문숙 선생님. 판소리의 이유와 원리에 대한 가르침을 주신 윤진철 선생님과 소리꾼으로 혹은 소리팀의 대표로 경험을 온전히 살려 프로그램을 함께 가꿔온 정종임, 이상화 멘토님. 지난 3년간 젊은 예인을 키워 주셨고 올해는 고수까지 함께 지도해주신 산조의 명인이자 명고이신 이태백선생님과 김웅식, 윤호세, 원완철 선생님께 진심으로 깊은 절 올립니다. 사랑이 아니면 가능한 일이 아님을 참가자 모두가 잘고 있습니다. 오디션과 축제, 음악학교와 마스터 클래스 등 우리가 마땅히 일궈야할 밭이라는 소명으로 함께한 문화상인 보부와 정가악회 구성원 모두에게 깊은 박수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우리가 경험할 오늘 이 자리가 역사의 중요한 순간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2017. 08. 28 사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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