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아리랑, 삶의 노래-은평이야기

2018/4/9
사발
%eb%b8%94%eb%a1%9c%ea%b7%b8_%ec%9d%80%ed%8f%89%ec%9d%b4%ec%95%bc%ea%b8%b0

 

<아리랑, 삶의 노래> 시리즈는 노래의 가치를 탐하는 작업입니다.
노래의 가치를 찾기 위해 노래 넘어를 봅니다. 삶을 봅니다. 노래의 이유가 노래 넘어 삶에 있을 거라는 믿음에서 출발합니다. 노래를 부르는 것, 노래를 나누는 것이 귀의 즐거움을 넘고, 순간 흥취를 넘어 어딘가에 진한 흔적을 남기는 것 같습니다. 제 몸의 근육 어딘가는 물론 ‘관계’라는 존재의 깊은 이유에도 주름처럼 제 흔적을 남기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같습니다.’는 증명할 수 없는 일인데 우리는 이미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종종 이 경험을 공유하고 싶고, 증명하고 싶습니다. 아리랑 삶의 노래 시리즈는 우리가 이미 알고 경험한 사실을 다시 꺼내고 나누어 확인하는 자리입니다.

 

은평이라는 동네에 살짝 둥지를 틀었습니다.
솔직히 둥지라고 하기에도 민망하지요. 예술하며 살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은평을 만났습니다. 은평문화예술회관 역시도 나름의 이유로 저희와 손을 잡았습니다. 그러곤 들여다봤습니다. 이왕 이렇게 만난 것 만남의 가치를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은평의 정주민定住民이 못되고 이 곳 저 곳을 떠도는 유랑악단의 삶을 살고 있지만 정가악회의 욕심만 한껏 쏟아놓고 떠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조금은 건방진 꿈을 꿀 수도 있겠지만 살펴보면 살펴볼수록 은평은 쉽지가 않았습니다. ‘함부로’ 이곳을 판단하고 이야기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아주 금방 깨달았습니다. 우리의 한계를 분명히 인정하고 지역과 손잡고 함께 만들자 생각했습니다. 여러 가지 다양한 차원의 조건들을 살펴 오늘의 공연을 올립니다.

 

변화를 발전이라 생각했고 다이내믹함을 자랑삼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서울은 계속 변했고, 서울이 고향인 제게도 고향의 향취가 없어진지 오래입니다. 서울에서 서울을 망향望鄕해 보지만 향수鄕愁를 달랠 방법은 없습니다. 많이 변했습니다. 사라졌고, 떠났습니다. 사람과 사람, 삶의 공간들은 겹겹이 층을 이루었습니다. 화려하고 아찔하게 쌓여진 삶은 몇 년을 주기로 옮겨지고 포개집니다. 더러는 더 안락한 곳으로, 더러는 그 반대의 곳으로 어떤 꿈과 감정을 갖고 옮겨집니다. 옮겨지며 포개지며 우리는 어딘가에 추억을 묻었습니다. 높은 빌딩 아래 아파트 아래 아스팔트 아래 곱게 묻었습니다.

 

숲이 있었습니다.
새 아침에 새벽종 울리며 큰 삽 뜨던 일들이 이제는 은평에서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엔 ‘사람’의 숲이 있었습니다. 지난 서울의 역사-발전과 시름 사이에서 마음을 모으고 뜻을 모았던 사람들이 은평에는 많이 있었습니다. 마음의 나무들이 뜻의 숲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숲은 함부로 다룰 수가 없지요. 어떤 지역은 마을의 향취를 살려냈고, 누구는 노래로 만나 새롭게 이웃을 꾸려보기도 합니다. 짧지만 저희가 만난 은평, 거기서 만난 희망은 고향이 그리운 제게 따뜻한 토닥임 같았습니다. 오늘의 공연은 아마도 이런 따뜻함과 희망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100여명 마음이 노래합니다.
공연을 만들며 ‘흠-’ 깊은 숨으로 가슴을 울리고 입가엔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되는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노래의 이유, 음악의 이유를 다시금 깨닫게 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산골마을, 물푸레합창단, 꿈꾸는합창단 여러분 많이, 많이 고맙습니다. 아름다운 합창곡을 써주시고, 좋은 시간을 통해 가사를 만들어 주신 작곡가 여러분들과 작가님들께 깊은 감사의 인사드립니다. 낯선 작업이었지만 마음 내 주시고 따뜻한 희망 담아주신 다큐멘터리 감독님과 육아와 삶 그리고 예술의 과정을 진하게 보여주신 음악감독님께도 큰 박수와 뜨거운 인사드립니다. 그리고 각 분야의 감독님들과 제작진 여러분께 오늘도 고개 숙여 인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올 2017년 7월에 출범한 은평문화재단에 이 자리를 빌어 축하의 인사드리며, 좋은 공연 함께 만들어 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드립니다. 은평의 ‘바람’이 예술의 꽃으로 활짝 피었으면 좋겠습니다.

 

따뜻하게 음악 하는 정가악회가 되겠습니다.

 

-2017. 11. 06 사발 드림

다운로드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