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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삶의 노래-흩어진 사람들2 ‘고려인’

2018/4/9
사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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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랑 아라랑 넘었던 고개가 있습니다.
십리인지 백리인지 천린지 말린지 모를 길을 떠났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보내졌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삶이 흩어졌고, 사람이 흩어졌으며, 인연이 흩날렸습니다. 아라랑 아라랑 고개를 넘을 때 마다, 십리에 이별하고 천리에 이별 할 때 마다 울며, 불며 부르던 노래들이 있습니다. 노래는 그렇게 기억을 갖고 사연을 갖춰 삶이 됩니다. 한 고개 두 고개 넘으며 아라랑 아라랑 불렀던 노래는 그렇게 삶의 노래가 됩니다.

 

아리랑에 대한 정가악회의 이야기는
<아리랑, 삶의 노래-강원도 평창>을 시작으로 <아리랑, 삶의 노래-흩어진 사람들1 ‘자이니치’>, <아리랑, 삶의 노래-은평이야기> 그리고 오늘 연행될 <아리랑, 삶의 노래-흩어진 사람들2 ‘고려인’>까지 총 네 편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아리랑을 부르며 이 땅에서 삶을 일궜던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아리랑을 부르며 이 땅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고려인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살기 위해 떠났었습니다. 이 땅의 독립을 꿈꾸며 함께 살자고 떠났습니다. 100년 전 언저리 그렇게 떠났었는데 제 이유를 잃고 숙청당하고 의심 받아 중앙아시아 곳곳에 뿌려집니다. 강제로 짐짝처럼 실려서 여기로 저기로 보내집니다. 그렇게 기차에 실렸던 때가 작년 2017년으로 80년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그때를 기억할 사람을 찾기도 어렵습니다. 그렇게 연해주를 떠났고 러시아에서도, 카자흐스탄에서도, 우즈베키스탄에서도 그들은 고려인-Korean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고려인으로 살고 싶었고 고려인으로 불렸는데 그랬더니 이제는 정말 ‘고려인’이 되었습니다. 여기도 저기도 속하지 못해 반병신이라 자조했는데 아직도 여기 사람 저기 사람일 수 없는 ‘고려인’ 입니다.

 

우리는 지금을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옛 시간을 통해 오늘을 돌아보기도 합니다. 노래가 귀의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쾌락 넘어 삶의 이유와 본질로 안내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분명 철저하게 오늘을 삽니다. 오늘을 있게 한 무수한 오늘이 된 것들과 함께 말입니다. 여기 100년 전에 독일군의 포로가 된 러시아 군인 신분의 고려인이 부른 아리랑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삶의 이야기가 있으며 고려-KOREA에 대한 사연들이 노래와 함께 있습니다. 중앙아시아에도 있고, 러시아에도 있으며, 이 땅 대한민국의 오늘에도 고려인이 있습니다. 그리고 또 있습니다. 1세대, 2세대, 3세대, 4세대…… 고려인으로 구분하는 제도가 있으며, 그들을 외국인 노동자로 불러야 하는 제도와 마음들이 그들에게도 우리에게도 있습니다. 우리는 함께 무엇인가를 그리워하고, 지난 시간에 눈물 흘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좀처럼 섞이지 않는 마음들이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좀처럼 섞일 수 없는 말로 노래 부릅니다. 아라랑 아라랑 노래 부릅니다. 함께 부르는 노래가, 노래의 마음이 깊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아라랑 아라랑 이야기 합니다. 그러고 보면 노래는 마음이 참 깊습니다.

 

고려인이라는 이름과 제도 그리고 삶에 대해 할 수 있는 말은 짧습니다.
함께 부르는 노래에, 노래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여기 이렇게 함께여서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랜 시간 이번 작품을 위해 동으로 서로 카메라를 들고 삶을 담아주신 이민준 감독님을 비롯한 다큐멘터리 팀에게 깊은 인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오랜 친구로 내일처럼 함께 해주시는 기술 감독님들과 스텝여러분께도 인사드립니다. 선뜻 귀한 보물 내어주신 정창관 선생님 고맙습니다. 100년 전의 아리랑이 있어서 고맙고, 이후 수많은 고려인들의 노래를 기록해 주신 한야콥 선생님과 김병학 선생님 그리고 역사를 살아주신 고려인 여러분께 깊이 고개 숙여 인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다큐에 참여해 주신 많은 분들께도 인사드립니다. 좋은 공연 만들 수 있도록 마음 많이 써주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담당자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정가악회를 만드는 문화상인 보부와 심심한 명태 그리고 악단광칠.
이 멋진 음악 농부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고맙습니다.

 

-2018. 01. 08 사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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